뇌사자의 장기기증으로는 최대 9명의 환자가 새로운 삶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인체조직기증 수치는 지금도 매우 낮습니다. 장기기증 서약에 동참한 국민은 2%에 불과합니다. 그 뜻에 모두 동감하시지만, 막상 참여는 꺼리는 현실입니다. 아직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진 분도 많습니다.
뇌기증은 더욱 그렇습니다. 그 개념마저도 생소합니다. 뇌기증은 장기기증과는 달리, 이식이 아닌 연구를 목적으로 합니다. 뇌 연구자들이 뇌질환을 연구하고 치료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그로 인해, 우리가 얻게 될 삶의 새로운 지평은 가늠할 수 없을 만큼 큽니다. 1967년 일본 치매 뇌은행을 시작으로 미국(1978년), 네덜란드(1985년), 브라질(2003년), 이스라엘(2010년) 등 세계 각국이 치매 뇌은행을 설립하였습니다.
뇌기증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설립된 외국의 치매 뇌은행들은 평균 3,000여 례가 넘는 뇌 조직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많은 사람이 참여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치매 등 여러 뇌질환들의 발병 기전이 기증받은 뇌를 바탕으로 하여 밝혀졌고 치료법 개발에도 이용되고 있습니다.
서울대학교병원은 2015년 7월 9일 치매 뇌은행을 설립하였습니다. 서울대학교병원조차 보유하고 있는 뇌 조직이 약 140례 (2023.04 기준)에 불과하니,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연구 역량은 세계 최고 수준을 자부하지만, 정작 ‘한국인의 뇌’를 연구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뇌가 없다면 우리는 사람답게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일을 전혀 할 수가 없습니다. 치매, 파킨슨병, 뇌졸중, 정신장애 등 우리가 겪고 있는 많은 문제가 뇌 질환에서 비롯됩니다. 뇌기증은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이바지할 것입니다.
뇌를 부검한다는 데에 막연한 거부감을 느끼시는 분들도 있고, 전통 장례문화에 어긋난다고 여기실 분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삶의 가장 의미 있는 마무리는 무엇일지, 후손에게 물려줄 진정한 유산은 무엇일지, 한 번 더 생각해 주십시오.